#1. 사람들이 많이 내린다.
이 사람들에게도,
그리고 나에게도 사연이 많은 가평역에 도착했다.
무려 1년하고도 6개월만의 재방문
바뀐것이 하나도 없었다.
궂이 바뀐점을 찾아보라면....
앞을 가리고 있는 안개와 오늘이 가평역의 새로운 역사를 준비하는 마지막 날이라는 것?





#2. 그 많던 사람들은 바로 가평역을 빠져나갔다.
한쪽에서 사진찍는 약간의 학생들을 제외하곤 자기가 갈 길을 간다.
하지만 나는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...
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가평역을 느끼고 있었다.






#3.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고 싶었지만,
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.
임시열차 이후에 바로 따라 들어오는 하행 무궁화호를 탔어야 했기 때문이고,
그 열차를 놓쳐버리면 그 이후의 일정은 거의 '바보' 수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.
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몇분만에 떠나야 한다니
나에게 정말 많은 추억을 남겨준 이 친구를...





#4. 남에겐 그저 열차를 기다리고, 열차를 타는 플랫폼도
나에겐 많은 추억으로 가득차 있다.
처음으로 친구들과 기차여행을 한 곳이기도 하고,
실연의 아픔을 당했을 때도 나를 품어준 유일한 곳이기도 하고..
안개가 껴있든, 껴있지 않든...
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.
나는... 나의 추억으로써의...
나의 친구로써의 가평역을 느끼고 있었다.





#5. 안그래도 카메라를 잘 못쓰는 편에 속하는데,
AF초점까지 잘 안맞을 정도로 안개가 꼈다.
안내방송은 2번홈으로 하행 무궁화호가 들어온다고 외치고 있다.
분명 어딘가에 사람은 있는데, 보이지가 않는다.
흡사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제발 들어달라고 외치는 외침 같다.






#6. 그렇게 무궁화호는 플랫폼에 들어온다.
열차에 오르고,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평역은
내 친구의 마지막을 보는 것 같다.



그렇게...
나의 추억과 나의 아픔이 묻어있는 그곳
가평역을 떠났다.

2010-12-20 경춘선 무궁화호 종운일
(구)경춘선 (구)가평역


-얼음녹은시카`s 캠페인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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